향기구슬을 찾아서

작은 용기, 깊어진 곁에 피어난 향기의 약속

산과 들, 바람이 전하는 오래된 냄새의 길을 따라
아기 호랑이는 아주 특별한 구슬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구슬을 찾으면 마음의 기억이 다시 향기롭고,
잃어버린 마음들이 따뜻해질 거라 믿었거든요.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평생의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두 아기 호랑이의 용기와 인연, 그리고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의 향기 상자

PROLOGUE

할머니의 상자

옛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아기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호몽이. 호랑이 호(虎)에, 꿈 몽(夢).

호몽이에게는 남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눈이 민트빛이라는 것.

그 눈으로 호몽이는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봅니다. 공기 중을 떠다니는 향이, 호몽이 눈에는 작고 동그란 빛으로 보입니다.

할머니는 그것을 향기구슬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평생 모은 구슬을 오래된 나무 상자에 담아 두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계절이 통째로 쏟아지던 상자였습니다.

집에서 길을 나서는 아기 호랑이

01

집에서 길을 나서는 아기 호랑이

어느 아침, 상자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마른 꽃잎 몇 장만 바닥에 남아 있었습니다.

호몽이는 작은 봇짐을 하나 멨습니다.
상자를 다시 채우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기로 했습니다.

작은 봇짐이 큰 여행의 시작이 되었어요.

02

첫 번째 흔적

숲길에서 은은한 향기를 만납니다.
발자국을 따라 나서자 구슬 하나가 빛을 냈습니다.

누군가 이 길을 먼저 지나갔다는 증거였어요.

첫 번째 흔적
낯선 마을에 들어서다

03

낯선 마을에 들어서다

향기의 흔적은 아기 호랑이를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이끌었어요.
낯선 곳이지만 두려움보다 궁금함이 앞섰습니다.

집집마다 다른 향이 났습니다.
빨래하는 집, 밥 짓는 집, 아픈 사람이 누워 있는 집.

호몽이는 그 향들을 하나씩 눈에 담았습니다.

04

바람 부는 꽃밭에서 만난 인연

바람이 전하는 향기를 따라 꽃밭을 지나갑니다.

흩날리는 꽃잎 사이에, 눈처럼 하얀 아기 호랑이 하나가 앉아 있었습니다.
옥빛 눈을 가진 그 아이의 이름은 연몽이.
인연 연(緣)에 꿈 몽(夢),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뜻이에요.

연몽이도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잃어버린, 고향의 향기였습니다.

같은 바람이 둘을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그래서 둘은 함께 걷기로 했습니다.

바람 부는 꽃밭에서 만난 인연
달빛 숲에서 듣는 소리

05

달빛 숲에서 듣는 소리

낮에 보이던 구슬이 해가 지자 모두 사라졌습니다.
호몽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때 연몽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기다려 봐.”
달빛에 연몽이의 하얀 털이 은은하게 빛나자,
낮에는 보이지 않던 구슬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밤에만 피는 꽃이 있었습니다.
어두워져야 열리는 향이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몰랐을 향을, 둘은 함께 만났습니다.

06

인내가 알려준 비밀

서두르지 않고 향기구슬의 속삭임을 들여다보니,
기다림과 믿음이 진짜 비밀을 열어주었어요.

쉬운 향은 금방 옅어졌습니다.
오래 기다린 향만이 끝까지 남았습니다.

호몽이가 지칠 때면 연몽이가 곁에 앉았고,
연몽이가 망설일 때면 호몽이가 먼저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인내가 알려준 비밀
마침내, 마지막 구슬을 찾다

07

마침내, 마지막 구슬을 찾다

오래된 나무 집 안쪽에서 마지막 향기구슬을 발견합니다.
따뜻한 빛이 두 아기 호랑이의 마음을 채워요.

구슬에서 피어난 향을 맡은 순간, 연몽이의 눈이 커졌습니다.
그토록 찾던 고향의 향기였습니다.

연몽이가 찾던 향과 호몽이가 찾던 구슬은, 처음부터 같은 곳에 있었던 거예요.

봇짐은 무거워졌고, 둘은 조금 자랐습니다.
발이 커졌고, 눈빛은 깊어졌습니다.

08

다시 집으로, 그리고 새로운 시작

돌아오는 길, 호몽이와 연몽이는 마을을 다시 지났습니다.

지친 사람에게 서늘한 초록 구슬을 하나 건넸습니다.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에 피는 향을 하나 건넸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눠 줄수록 봇짐 속 향이 옅어지기는커녕 더 짙어졌습니다.

호몽이는 그제야 할머니의 상자가 왜 비었는지 알았습니다.
할머니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평생 나눠 주었던 것입니다.

길에서 만난 인연도 그랬습니다. 함께 걸을수록 더 깊어졌습니다.

이제 할머니의 상자 곁에는 두 아기 호랑이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둘은 그 상자를 닫아 두지 않습니다.

다시 집으로, 그리고 새로운 시작

향기는 기억을 넘어 마음으로, 나누는 빛이 됩니다

호몽이와 연몽이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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